의사∙의대생 96%,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해결 못한다"
- 필수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 제도 개편, 필수 의료 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법률 체계화 등 선결 조건 한 목소리
- 응답자 70% 이상, 건보 재정 악화 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 우려
메디스태프 회원 설문조사
[2023년 12월 4일] 현장에 있는 의사, 의대생들은 정부가 내세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필수 의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가 만약 의대 정원을 1천 명 증원한다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의지까지 내비치며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했다.
메디스태프는 최근 회원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1,077명(의사 720명, 의대생 357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92%가 필수 의료가 현재 위기에 직면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필수 의료가 위기에 놓인 이유를 ▲필수 의료행위에 대한 낮은 수가(94.6%) ▲의료사고나 의료 분쟁의 위험성(90.2%) ▲필수 의료에 대한 사회적 존중의 감소(56.8%) ▲과도한 업무 부담(44.2%) ▲미용 시장의 성장(12.4%) ▲의사 인력 부족(5.3%) 순으로 꼽았다.
이들 중 96%가 정부가 내세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필수 의료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하는 조건으로 ▲필수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 제도 개편(92.7%) ▲필수 의료 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법률 체계화(89.2%)를 선택했다. 이어 ▲전공의의 제대로 된 수련환경 조성(21%) ▲지역의사제 등 지역이나 필수의료 종사를 유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19.9%) ▲의료 취약지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18.8%)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메디스태프 회원 설문조사
결국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가 정상화되고 필수 의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응답자 중 A 회원은 “매년 1% 정도 인상되는 수가, 이는 인플레이션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희생과 봉사로 명맥을 유지해온 게 한국 의료계”라며 “이번 정책 추진으로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국 정권 탓만 할 것이다. 의전원 실패, 서남대 폐교 등이 그 사례이고 이번 의대 증원도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B 회원은 “정원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료, 지방의료와 같은 의료인 분배의 문제이다. 정부가 전체 의사 수 부족을 문제로 삼는 것은 가장 비용이 덜 들고 손쉬운 해법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응답자들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77.7%) ▲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73.4%) ▲국민 의료비 증가(77.7%) ▲의과대학 쏠림 현상 심화(59.5%) 등의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 회원은 “지금의 높은 의대 커트라인으로 학업능력이 좋은 학생들을 뽑아도 커리큘럼 못 따라가고 뒤처지는 유급생들 발생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료의 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는 결국 의료 민영화로 가는 길을 가속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D 회원은 “의료비의 상승으로 건강보험료가 증가하고 결국 국가 재정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해 가까운 미래에 의료 민영화가 대두될 것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메디스태프 회원 설문조사
의사, 의대생들은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될 시에는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응답자 중 76%가 만약 의대 정원 1천 명을 증원하게 된다면,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E 회원은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인 거 같은데, 그나마 유지시켜주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 오히려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8%는 필수 의료가 위기가 아니라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F 회원은 “타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필수 의료 접근성과 병의원의 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근본적으로 소아과 등 필수 의료의 수가가 문제이지 절대적인 숫자는 현재 부족하지 않다”면서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오히려 의대 정원 감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메디스태프는 지난 8월 설문조사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 메디스태프는 앞으로도 의사, 의대생 회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이들에게 걸맞은 서비스 개발은 물론 더 나은 헬스케어와 의료 현장을 만들어 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